자유게시판 | 좋은 유치원, 어린이집 선택법

좋은 유치원, 어린이집 선택법

김 희 아 (다중지능연구소 연구원, 전 또래또 유치원 주임 교사)

소중한 우리 아이가 가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기관을 선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정에서처럼 따뜻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청결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야 하고, 교사와 또래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무엇보다 잘 적응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 많이 있다. 아이들이 사랑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선택하려면 직접 기관을 방문하여 다음의 항목들을 꼼꼼히 체크해 보아야 할 것이다.

1. 눈에 보이는 환경 체크

기관의 주변 환경은 어떠한가?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통학 거리와 방법. 통학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도보로 통학할 것인지 유치원 차량을 이용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통학 과정에서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없는지 체크하자. 주변 환경이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지, 출입구, 계단 등이 아이들이 드나들기에 위험하지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 화재 등 갑작스런 사고에 대비한 대피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교실이 지하나 2층 이상인 곳은 좋지 않다.

바깥 환경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신나게 뛸 수 있는 공간,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작게나마 물놀이나 모래놀이를 할 공간이 있는지, 놀이 기구들은 안전해 보이는지를 살펴보자.

교실은 어떠한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는 최신 시설이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교실을 꾸미는 일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생활에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곳이라면 아이들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기 쉽다. 교실 안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고 안전한 놀잇감이 풍부한지 살펴보자.

꼭 있어야 할 시설이 있나? 꼭 있어야 할 시설은 화장실과 세면대. 아이의 키에 맞는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지, 어린이집의 경우, 위생적인 취사 장소와 식당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꼭 식당을 갖추고 있진 않아도 아이들이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식탁이 있어야 한다.

2. 보이지 않는 환경 체크

선생님은 어떠한가? 유치원의 경우 법적으로 교사 한 명당 아동의 수는 40명으로 되어 있지만 30명 이상은 좋지 않다.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교사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유자격자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만약 원장이 현장 경험이 있는 유자격자이면 더욱 좋다. 그러나 자격증이나 학력으로 좋은 교사를 결정지을 수는 없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함께 놀고 배우는 시간을 즐기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교사가 좋은 교사이다.

또래 아이들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즐겁게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잘 놀지 않거나 사고의 위험이 있는 거친 놀이나 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교실 분위기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과정에 대해 물어보자. 이 때, 구체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지를 살펴보지 말고 얼마나 다양한 놀이로 학습 효과를 꾀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실시하는 생활교육과 혼내는 방법을 물어보고 부모가 인정할 수 있는 범위인지 따져봐야 한다. 가정에서 허용되는 행동이 유치원에서 허용되지 않는 등의 불일치가 있다면 아이가 가치관의 혼란을 느낀다.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이다. 교육비의 수준이 가정 형편에 맞는지,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교육비는 지역에 따라, 기관의 성격에 따라 편차가 크다. 유명한 사립 유치원 중에는 간식비, 특별 활동비 등의 비용을 합쳐 1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곳도 있다. 방학 중에도 교육비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교육비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유아교육기관을 평가해서 질적인 수준을 알려줄 수 있는 인증 기준이 없다. 때문에 이런 이유로 어떤 부모들은 어느 유치원이 좋다는 소문만 듣고 유치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1980년대부터 전국 유아교육협회(NAEYC: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ducation of Young Children)라는 곳에서 유아교육기관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준은 기관에서 원할 경우 시행되며 그 기관을 방문하여 평가하고 전문가의 회의를 거쳐 인준을 결정하게 되는데 유효기간은 3년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 기준을 간략히 소개하면,

① 교사가 아이를 어떤 식으로 대하는가?

②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과정을 실시하는가?

③ 교사와 부모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인가?

④ 교사와 원장은 유아교육에 필요한 교육을 받아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인가?

⑤ 운영 과정에 뚜렷한 원칙이 있는가?

⑥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적절한가?

⑦ 물리적 환경이 안전하고 교육적인가?

⑧ 건강과 안전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는가?

⑨ 제공되는 음식이 영양에 충실한가?

⑩ 아동과 교사,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잘 이루어지는가?

이러한 인준은 법적인 기준을 넘어서 우수한 질의 기관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부모들의 유아교육기관 선택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지 않아도 아이를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이 NAEYC의 인증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이 평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협회에서 이러한 인증 역할을 해준다면 질 좋은 기관을 고르기가 수월하고, 더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꼭 배워두어야 하는 것은 한글이나 영어와 같은 구체적 지식이 아니며,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적절한 경험을 쌓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배우는 것은 참 재미있고, 선생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생각과 태도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아이가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시작해서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를 잘 이해해주는 성인의 보호아래 친구를 사귀는 기쁨을 맛보고 집 밖의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는 것이 유아교육의 중요한 기본임을 명심하여 기관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보육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중앙보육정보센터 http://www.educare.or.kr/

서울특별시 보육정보센터 http://children.seoul.go.kr/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http://www.gongdong.or.kr/jsp/main/index.jsp